RACHA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브랜드 네이밍은 뭐지?”였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미국의 한 아시안 푸드 케이터링 회사의 의뢰였고, 미국에서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클라이언트와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온라인과 전화로 주문을 받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로고에는 아시안 푸드의 느낌도 강하게 나고,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어야 했다. 발음이 쉬우면 주문도 쉬워지니까!
그래서 RA와 CHA를 분리했다. 정확하고 쉽게 읽히도록 말이다. 인종과 문화권에 상관없이 모두 '라! 차!'라고 읽을 것이다. H는 젓가락 모양으로, A에는 생선 머리의 형태를 모티브로 넣었다. 눈까지 그릴까 고민했지만, 쳐다보는 느낌이 썩 좋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아래에는 'SUSHI & KIMBAP'이라고 적었다. 중학생이 봐도 어떤 음식을 파는 곳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작업과 비교하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이 섞여 살고, 도시 환경과 시장 구조, 생활 방식도 달랐다. 소비자층의 스펙트럼은 훨씬 넓었고, 고민되는 부분도 많아 중간중간 클라이언트에게 확인해야 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확실히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로고가 나왔다. 작업 방식과 철학은 그대로였지만,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의 작업이었다. 그 점이 도전이기도 했고, 그래서 꽤 멋진 일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