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쉬워졌다. 숨고, 크몽에서 디자이너를 찾고, AI로 몇 분 만에 로고와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템플릿과 생성형 AI는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만들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꼭 필요할까? 내 생각은 '필요하다'이다. 왜냐하면 디자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는 빠르고, 똑똑하고, 놀라운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그건 이해의 결과가 아니라 확률의 결과라 생각한다. AI는 브랜드의 맥락이나 고객의 감정을 모른다. 시장 상황도 모른다. 요청에 맞는 결과의 가장 적절한 패턴을 만든다. 하지만 그건 통찰이 아니라 확률이다. 운이 좋으면 좋다. 운이 나쁘면? 글쎄.
AI의 결과를 다시 수정하려면 우리는 프롬프트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프롬프트와 결과물 사이의 AI 연산 과정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원하는 부분을 고치기 위해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일이 직관적이지 않다. 디자이너는 다르다. 문제를 파악하고, 가설이 왜 틀렸는지 찾아 내고, 어떤 논리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 안다. 그런 사고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든다. 때로는 이 과정들이 직관적으로 빠르게 이뤄진다. AI는 결과만 만든다. 디자이너는 '0'과 '1'로 기록하지 않은 과정과 의미를 함께 담는다.
처음에는 템플릿과 AI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성장하면 장점이 생기고, 그 장점이 개성이 되고, 그 개성이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가 생기면 그 브랜드를 보여주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AI도 브랜딩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AI는 브랜드의 철학, 고객의 감정, 시장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프롬프트로 그 모든 것을 입력하면 된다고? 그럼 확률적으로 조금 더 괜찮은 결과를 낼 뿐이다.
브랜딩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일이다.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감정을 계속 쌓아가는 과정이다. 디자이너는 멋지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의 언어를 해석하고
고객과 세계관을 만드는 전문가이다. 브랜드가 개성 있을수록 그 개성을 정확히 읽어내고 표현하는 인간의 통찰이 더 중요해진다.
그러니 절대 쉽게 만들려고 하지 마라. 디자인의 의미를 설계하고 연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