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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같은 시대, 다른 운명의 체육관

일본 근대 건축의 거장 단게 겐조는 1984년 다카마쓰의 가가와현립체육관을 설계하였다. 배를 닮은 유선형 지붕과 콘크리트 구조로 건축학적 가치는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10년째 방치되어 있었다. 지역이 이 공간을 보수할 수 있는 재정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노후화와 안전문제로 보강공사와 리모델링 등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결국 2023년 해체가 결정되었다.



같은 해인 1984년에 준공된 단게 겐조의 또 다른 작품인 도쿄의 요요기 국립체육관은 다른 운명은 달랐다. 도쿄라는 대도시는 공공재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 인구, 정치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요요기 체육관은 꾸준히 개보수를 거쳐 2021년에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두 건물 모두 같은 건축가의 작품이며, 같은 시대에 지어졌고, 건축적 가치도 뛰어났다. 차이는 건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도쿄는 유지할 수 있었고, 다카마쓰는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차이를 단순히 지방 재정의 취약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건축을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힘은 시민과의 관계이다.



가가와현립체육관은 10년 동안 시민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 사이 세대는 바뀌었고, 문을 닫은 시기의 중·고등학생은 이 공간과 어떤 관계도 없다. 시민의 기억에서 사라진 공간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민간단체가 제시한 복합문화시설 개발안도 지역의 경제 구조와 맞지 않았다. 다카마쓰시에 필요한 것은 호텔과 상업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문화시설이었다. 건축은 “누가 이용하느냐”와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수 있느냐”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의 제2의 도시, 괴텐버그의 발할라 수영장도 역사적 가치와 인테리어의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이 건물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꾸준히 개보수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복지국가조차 공공재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무한히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설이 낙후되면서 시민들의 이용률은 점차 줄어들었고, 괴텐버그시는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 대신 더 많은 시민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건축 중에 어떤 공간은 살아남고, 어떤 공간은 사라지는 이유를 미적 가치나 역사성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과 정치적 의지, 시민의 이용과 관계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단순히 역사를 보존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성의 고려가 필요하다.


가가와현립체육관의 사례는 지방 도시의 취약한 재정도 문제였지만, 시민과의 관계가 10년이나 단절되어 있었다는 점이 더 치명적이었다. 기억이 없는 공간은 유지할 이유도, 지지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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